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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봄날이 아른아른 아지랑이로 피어오르고 있다. 이상의 소설 한 귀절처럼 겨드랑이가 가렵다. 훌훌 일상을 털고 훌쩍 떠나고 싶다. 사진은 여행의 단짝 친구. 설렘의 추억을 공유하고 미지(未知)와의 낯선 만남을 각인한다.

훗날 '아련한 기억 너머'를 반추하기 위해-. 어디로 떠날까. 어떻게 찍을까.

'떠남'에 중독돼 7권의 책을 펴낸 여행사진가 신석교(44)씨를 만났다.

# 떠나기 전

"여행사진이라면 흔히 풍경을 떠올리는 데, 사실은 문화·음식·인물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사진이다."

신 작가는 여행사진이 또다른 우리네 삶의 기록이라 강조한다. 따라서 사전준비가 중요하다. 여행지의 명소·문화 유적지·명물·날씨·절경……. 미리 알고 갈 때와 무턱대고 떠날 때 '발길 닿는 곳'이 달라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다. 부득이 사전정보를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각 지역 관광안내센터를 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여행지에서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빛을 잘 다스리면 만족도 커진다. 그는 "자연도 단장하는 시간이 있다. 일출 직전과 일출 후 1시간, 그리고 일몰 직후다. 이 때의 빛은 입체감과 뛰어난 색감을 지닌다" 고 말한다. 또 다른 키포인트는 주제의식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이 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가 발걸음을 멈추게 된 대상에 대한 느낌을 형용사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아름다운' 또는 '좋은' 등의 단순한 형용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테면 월정사의 '고즈넉'한 모습, 매화꽃의 '청초함'이 좋다라는 식의 좀 더 구체적인 형용사를 떠올려 보자. 월정사의 '고즈넉'한 모습을 찍고 싶다면 촬영 당시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안 잡히도록 할 것이다. 이처럼 주제에 어긋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피사체(찍는 대상)에 최대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뺄셈이다".

여행지에서 기념 사진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 기념 사진을 찍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인물이 너무 부각되게 찍는 것이다. 이런 사진은 여행지가 아닌 어디서든 찍을 수 있다. 인물이 주(主)가 아니라 풍경이 주가 되고 인물은 부가 되게 찍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여행의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때 이 옷을 입고 거제도의 바다 내음을 맡았구나.'라는 식.

또한 인물이 사진의 '중앙'에 배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칫 정적이고 지루한 구도의 사진이 될 수 있다. 조각이나 건축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정된 구도는 황금 분할이다. 사진에서도 황금분할이 적용되는데, 이는 이미지의 가로, 세로를 삼등분한 선을 그어 그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피사체를 배치하면 된다.

야경사진은 흔히 어두운 밤에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시간대에는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빛 정도만을 담아 답답한 사진이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 해진 후 1시간 정도의 시간이다.

#여행 후…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찍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중 잘 나온 사진만 인화하게 되는데, 모든 사진을 인화해 제 3자의 입장에서 감상해 보자.

'여기서 너무 배경을 날렸어. 좀 더 배경이 선명했어야 하는데…' ,' 사진이 혼잡스럽네…이 꽃들을 좀 더 가깝게 찍을걸 ..'라는 식의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그는 "여행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가의 장비가 아니라, 내가 가진 카메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카메라만 알아도 좋은 여행 사진을 찍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석교가 추천하는 3,4월 여행 사진 찍기 좋은 곳

1. 영덕 대게 축제 : 4월 13일부터 3일간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삼사해상공원에서 열리는 대게 축제.

아침 포구는 고깃배들과 갈매기를 배경으로 좋은 사진 거리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경매 시장의 생기 넘치는 모습도 담을 수 있어 좋다. 여기에 맛좋은 대게까지…미각여행지로서도 충분하다.

또한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잇는 영덕 강축도로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

강축도로 중간 지점인 창포리의 해맞이 공원은 장엄한 일출로 유명하다.

2. 개화예술공원 :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에 위치.

아이들과 함께 할만한 자연학습장으로 넓은 연못과 연꽃,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詩)가 새겨진 시비가 많다. 석조각과 연꽃등이 떠 있는 연못은 사진 작가들의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예술 공원을 빙둘러 연결되는 자연산책로를 따라 봄 내음을 맡으며 기념 촬영하기 좋다. 음악회와 영화 상영등의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신석교 : 2003년까지 언론사 사진기자로 일다가 여행 사진가로 전업. '네팔예찬','대한민국 최고 여행지를 찾아라','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 등 여행 플래너인 부인과 함께 7권의 여행책 발간.]

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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