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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


모든 기업이 부러워하는 신기술/신제품의 개발은 반드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잡아 경쟁 구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혁신이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5년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경영진 10명 중 9명은 매출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혁신 역량을 미래 경쟁 우위 창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기술/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의 상당수는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행운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노벨의 다이나마이트, 듀폰(DuPont)의 나일론과 테플론, 3M의 포스트잇과 스코치가드, 캘로그(Kellogg)의 시리얼, HP의 잉크젯 프린터 등이 우연한 행운을 통해 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런 우연한 행운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들은 행운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애써 행운을 외면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연한 행운을 통해 탁월한 사업 성과를 얻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찾아온 우연한 행운의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 행운을 사업적 성과로 연결하는 노력, 마지막으로 우연한 행운을 의도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능력 등이 그것이다.

비결 1 : 열린 눈과 상상력으로 행운을 찾아라

신기술이나 신제품은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우연한 행운은 지금껏 넘지 못했던 장벽을 넘거나 기존의 고정 관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연한 행운’은 현상을 유지하는 저항 요인에 부딪혀 사장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한한 잠재 가치를 지니고 있는 우연한 행운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열린 눈(Open Eyes)과 상상력(Imagination)으로 행운을 바라보고 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수 많은 기회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단적인 예는 안경의 발명 이후에 망원경과 현미경이 발명될 때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안경은 1300년 대 초에 이미 세상에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무려 300여 년이 지난 1608년, 한스 어퍼세이가 우연히 두 개의 렌즈를 겹쳐 본 후에야 비로소 현미경과 망원경이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 동안 렌즈를 겹쳐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스 어퍼세이가 보았던 가능성을 가볍게 여겼고 상상의 날개를 펴지 못했을 뿐이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저자인 리차드 포스터와 사라 카플란이 이야기하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확산적 사고의 방법은 ‘COR’로 요약되는데, 대화(Conversation), 관찰(Observation), 그리고 반추(Reflection)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상시 주변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눈과 기존 고정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을 때,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확산적 사고는 정형화된 프로그램이나 기법이 아니라, 일종의 습관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영자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열린 눈과 상상력을 가지고 확산적 사고를 하는 습관이 들 때,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열린 눈과 상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평상시 어떤 문제에 직면할 경우, 이의 해결을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일 때,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도 새로운 해답으로 이끄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만든 찰스 케터링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1920년 대 당시 자동차들은 대부분 검정색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검정색 이외의 페인트는 너무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도색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평균 작업 시간은 약 3주 정도로 생산 일정을 맞추는데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페인트의 내구성이 약해 출고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도 칠이 벗겨진다는 단점이었다. 누구든지 내구력이 길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도색 작업을 마칠 수 있는 페인트를 찾기만 한다면 막대한 돈을 벌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GM의 연구 개발 담당이었던 찰스 케터링은 우연히 뉴욕의 한 보석 가게에서 순간적으로 말라 버리는 도료를 발견했다. 보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바르는 도료인 만큼 내구성에서도 탁월했다. 이 후 해결의 방향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천천히 마르는 페인트와 새롭게 발견한 지나치게 빨리 마르는 페인트, 이 두 종류의 페인트를 적당히 섞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듀폰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2년 반 만에 ‘듀코(Duco)’라는 자동차 마감재 페인트를 내놓게 되었고,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빨리 마르는 페인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보석 가게에서의 우연한 도료 발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관찰력, 그리고 이를 반추하며 사업화로 연결시킨 찰스 케터링의 능력이 자동차 도료 업계의 획기적인 혁신을 불러 온 것이라 하겠다.

비결 2 : 관성에서 탈피하여 유연하게 사고하라

우연히 찾아온 행운의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업화하여 성과로 이끌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행운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대표적 요소가 바로 ‘관성(Inertia)’이다.

이는 현재의 사업 영역, 경쟁 구도, 제품/서비스 영역 등에 안주 하려는 성향으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관성은 성공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곤 한다. 「창조적 파괴」의 저자인 리차드 포스터의 말처럼, 기업이 잘 나가는 시기일수록 편안함을 경계하고, 새로운 도전을 꺼리지 않아야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관성의 덫에 빠져 큰 곤혹을 치른 대표적인 사례는 코닥(Kodak)사이다. ‘사진을 찍고 나면 왜 바로 사진을 볼 수 없냐’는 딸 아이의 질문에 자극을 받아 즉석 카메라 기술을 발명한 에드워드 랜드는 처음에 이 기술을 코닥사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코닥사는 사진을 찍은 후 기다리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에드워드 랜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즉석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즉석 카메라 시장의 성장을 감지한 코닥사가 시장에 뛰어 들었을 시점에는 이미 즉석 카메라와 관련된 수 많은 특허들이 등록된 상태였기 때문에 특허 침해 소송으로만 수 십억 달러를 낭비해야 했다. 코닥사는 이 후에도 이와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비디오 카메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고,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행운을 놓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현재 핵심 사업 영역에서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사고로 관성을 탈피하여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동일본철도회사는 도쿄 북쪽의 타니가와 산을 지나는 터널 공사를 하던 중 지하수로 인해 공사에 지장을 받았다. 초당 60톤이 넘는 지하수가 솟아오른 것이었다. 애초에 회사는 공사에 방해가 되는 이 지하수를 터널 밖으로 빼내기 위해 긴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는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지하수의 물맛이 매우 좋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1983년 몇몇의 직원으로부터 상품화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철도 운수업이 핵심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하수 판매 프로젝트 팀’을 편성했고, 이듬해 11월에 죠에츠 신칸센 개통 2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서 이 천연수를 ‘오시미즈(Oshimizu)’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시미즈는 금방 유명해져서 도쿄와 일본 동부 지방의 모든 역에서 자동판매기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비결 3 : 행운을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라

우연한 행운과의 조우(遭遇)는 단지 시작점에 불과하다. 우연한 행운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포스트잇(Post-it)’의 우연한 발견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제품은 바로 시장에서 히트를 쳤을까? 아니었다. 당시 포스트잇을 사무용품 가게에 보여주면, 대다수의 가게들은 이런 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상대해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시장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만이 나왔다. 반면, 한번이라도 이 제품을 사용해본 3M 직원들은 그 가치에 대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였었다. 어떻게든 이 제품을 소비자들이 써 볼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3M은 포춘 500대 기업의 CEO 비서들에게 당시 3M 회장이었던 루 레어의 비서 이름으로 샘플 제품을 보내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2년이었다.

포스트잇 뿐 아니라 다른 신제품들 역시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바코드(Bar Code)’의 경우에는 존 우드랜드라는 개발자가 처음 그 아이디어에 착안을 한 뒤 IBM에 의해 사업화가 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또한 뉴트라스윗이라는 감미료의 사업화에는 16년이 필요했고, 시리얼의 대중화에도 10년이 걸렸다.

우연한 행운은 얼핏 보기에는 별 것이 아닌 듯 보이기도 하고, 사업화하기에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끝까지 집념을 가지고 제품으로 구현하고자 끊임 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기업에게만 우연한 행운은 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결 4 : 우연한 행운, 오지 않는다면 찾아 나서라

행운... 말 그대로 행운이다. 몇 년, 수십 년, 수백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것을 우리는 행운이라 부른다. 그런 행운이 먼저 찾아오길 기다리기만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마냥 행운을 기다리기 보다는, 때로는 스스로 행운을 찾아 나서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MIT 비즈니스 스쿨 에릭 폰 히플 교수의 전자 산업과 관련된 혁신적 발견의 원천에 관한 연구를 보면 70% 이상의 제품 혁신은 사실 사용자들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히플 교수는 사용자들이 기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들을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발명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여 우연한 행운을 의도적으로 발견하려고 한 회사가 있다. 화학 업체인 W. R. Grace사로 ‘고객은 별 짓을 다 한다(Customers Do the Darndest Things)’라는 독특한 아이디어 경진 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대회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을 가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을 모아서 발표하는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 동사는 시장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제품의 새로운 사용처를 발견함으로써 약 3백만 달러의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동사에는 34개 이상의 아이디어 창출 캠페인이 있으며 이를 통해 약 76개의 신제품 개발, 67개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 등을 이뤘다고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의 힘

「기업 창의성(Corporate Creativity)」의 저자인 알란 로빈슨과 샘 스턴은 책 서문의 제목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의 힘(The Power of Unexpected)’이라고 붙였다. 말 그대로 기존의 것을 뛰어 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애초에 계획하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그들의 연구 결과를 함축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초우량 기업을 찾아서(In Search of Excellence)」의 저자인 톰 피터스 역시 혁신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준비(준비가 안 되었더라도)! 사격! 조준! (Ready! or not; Fire! Aim!)” 톰 피터스는 ‘혁신은 그 속성상 매우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고 체계적인 관리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최적화, 시스템 분석, 기술 계획 등 지나치게 혁신을 관리하려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기업의 경영이 체계적일 때 누릴 수 있는 이점도 많겠지만, 자칫 지나치게 형식만을 중시하여 우리 곁에 다가온 우연한 행운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자.


(출처)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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