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eny

반응형
[책읽기 365]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입력: 2007년 03월 14일 18:33:15
 
언젠가 ‘진중권 닮은 사람’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축구 이야기로 좌중을 즐겁게 하던 그이는 볼수록 진중권과 똑같았다. 나중에 인사를 나눌 때야 비로소 알았다. 그는 진짜 진중권이었다! 촌철살인의 냉소는 그가 쓴 글의 특징이다. 나는 배려 깊은 눈빛의 사내가 마음 불편한 글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쓰게 마련. 훌륭한 필자도 마찬가지다. 영혼을 맑게 하는 비판은 당장은 괴로워도 곱씹을수록 소중하다. 진중권은 메스 대신 펜을 든 ‘시대정신의 외과의사’다.

‘호모 코레아니쿠스’(웅진지식하우스)에서 그는 한국인의 습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근대 산업은 사람들이 ‘기계’ 같기를 바랐다. 군대가 모범이 되고 집단 훈육이 강조됐던 이유다. 정보사회는 어떤가? 컴퓨터 게임은 아이들의 신체와 마음을 정보화에 익숙하게 하는 ‘훈련 과정’일지도 모른다. 놀이가 훈육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진중권의 비판은 젊은 문화로도 향한다. ‘일촌 맺기’ 등의 온라인 풍습은 마실 같은 전통 문화의 연장선이다. 논리보다는 감정이, 정보보다는 관계가 웹 공간을 지배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디지털 블루칼라’들의 문화에 그칠 수 있다. 창의성은 여전히 직관이 아닌 문자에 기초한 훈련과 폭 깊은 사고에서 오는 까닭이다. 책 표지에 그려진 사내의 모습대로 화장실에 앉아 하루에 한 꼭지씩 읽어보자. 진중권의 유쾌한 독설은 뻔한 일상을 생각거리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