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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라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입력날짜: 2007-03-23]
  

"매뉴얼도 제품이다"

정보보호 직업 소개 - 테크니컬 라이터

 

 


새로 산 제품의 사용법을 모른다면?


① 친구에게 물어본다.

②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을 이용한다.

③ 고객센터에 문의한다.

④ 이것저것 마구 눌러본다.

⑤ 매뉴얼을 살펴본다.


정답은 두말 할 것도 없이 ⑤번이다.


그러나 실제로 매뉴얼을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뉴얼에는 화려한 그림과 함께 사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거친 외국어 번역본을 읽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 이용자들이 사용을 원하는 기능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도 있어 매뉴얼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 이하 테크 라이터)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출시되는 제품의 매뉴얼을 쓰고, 번역·감수를 해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테크 라이터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목받는 전문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쉽게 읽히는 매뉴얼이 세계시장 승패 판가름


테크 라이터가 부각된 것은 IT 기기나 전문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서 부터이다.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가 북미시장에 진출했을 때,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선진국 소비자들이 일본어 원본을 조잡하게 번역한 매뉴얼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쏟아놓았다. 이 때문에 쉽게 읽히는 매뉴얼이 세계시장에서 승패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테크 라이터는 지난 2002년 제조물 책임법이 시행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제조물 책임법은 제품때문에 신체와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을 때, 제조업체의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기업이 이와 관련한 소송을 당했을 때 해당 제품 매뉴얼에 피해사안을 충분히 경고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매뉴얼에 설명된 내용이 부실하거나 관련 내용이 없고, 번역이 엉성해 소비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기업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구입한 디지털 기기의 설명이 잘못돼 있어 피해를 봤다거나 매뉴얼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매뉴얼은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기능을 하며, 제품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테크 라이터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제품개발자가 넘겨주는 초벌 매뉴얼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고쳐 쓰는 리라이팅(Rewriting)이다. 엔지니어가 쓰는 글은 개발자의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설명이 복잡하고 차례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매뉴얼은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 기능 순서대로, 소비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간결하게 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가 넘겨준 초벌 매뉴얼을 바탕으로 좋은 책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쓰는 것이 테크 라이터의 일이다.


테크 라이터의 역할은 이 뿐이 아니다. 제품을 언론 등에 홍보하거나, 영업용 제안서를 작성하고, 관련 업계 동향에 대한 기고를 작성하는 등의 일도 테크 라이터가 해야 할 일이다.


이공계 전공, 전문지식, 언어·논리·문장력 갖춰야


테크 라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쓸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제품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언어와 논리력, 문장력을 갖춰야 한다.


테크 라이터에게 요구되는 글쓰기 능력은 문학적인 표현력이 아니라 쉽고 간결하게 전문지식을 풀어쓰는 능력이다. 문학에서처럼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같은 의미의 단어를 다른 표현으로 쓴다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외산 제품의 매뉴얼을 만들 경우, 번역본과 원본을 비교하며 개선점을 찾아내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고쳐야 한다. 테크 라이터의 글쓰기 능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글쓰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다. 제품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것 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에서 조망하고, 사용자의 수준에 맞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전문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산제품일 경우, 원본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맞게 다시 각색해야 하므로 외국어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테크 라이터가 되기 위한 전문 교육과정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으며, 기업에서 테크 라이터를 따로 뽑는 경우도 없다. 매뉴얼 제작업체를 별도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직으로 입사해 해당 직종으로 옮겨가거나 엔지니어가 전직한다.


그러나 선진국에는 테크 라이터가 이미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는 200여개의 대학에 전공 학과를 개설돼 있으며, 박사과정도 10여개가 마련돼 있다.


CNN 머니 매거진이 최근 평균 연봉과 10년 간 성장 전망을 기준으로 평가한 ‘미국의 50대 유망 직종’에서 테크 라이터가 1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의학연구자는 15위, 일반 엔지니어는 17위, 의료서비스 매니저는 28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테크 라이터가 알려지면서 전망있는 전문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즈협회(KTCA)가 오는 5월 출범할 예정이며, 현재 회원은 950여명에 이르고 있다.


KTCA는 “테크 라이터는 없어질 직종이 아니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히고 있다”며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 대기업도 사업부별로 테크 라이터가 있으며, 매뉴얼 전문 제작업체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전망은 아주 밝다”고 밝혔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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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ong - 카이루마님의 유망직종소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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