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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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면접이 아닐까 싶습니다.


붙는 사람은 매일 붙고, 떨어지는 사람은 매일 떨어지고,

면접은 운이 절대 아니라, 실력이 작용한다 하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면접에 많이 실패하였습니다.

약 20 여차례의 면접을 보면서, 느낀점과 제 나름대로 얻은 노하우를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잘 표현해 내느냐' 입니다.


전자전기학부를 평점 3.2에 간신히 졸업하고,

- 그나마도 3,4학년 때의 분발과 계절학기가 아니었음 불가능-

전공 학점(실험과 개론 제외)21학점 7과목만을 딸랑 이수하였습니다.

이런 제가 전공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정직원 10명도 안되는 작은 Agent 회사에 기술 영업사원으로 입사 시험을 봤습니다.

학교가 그럭저럭 90점짜리 라서 그런지 서류는 통과되더군요.

당시 토익 - 620 안되었지만,,


면접에서 사장이 직접 나오더군요.

인원 별로 한 두가지 질문했는데,

저한테 한 질문은 FET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8학기 동안 전공 7개 밖에 안들은 제가 감히 알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FET는 Field Effect Tr 이라는 것 뿐이다. FET는 잘 모르겠으니,

트랜지스터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한 뒤 조리있게 Tr에 대해 간략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제 뒤에 있던 친구가 질문을 이어받아 FET에 관한 정말 많은 부분을 설명하더군요.

그 중에 사장과 많은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붙겠거니, 저는 응당 '떨어졌다'

라고 생각할 무렵 연락이 와서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냐고 묻더군요.

회사에 가서 보니, 30분 가까이 논쟁을 벌였던 친구는 떨어졌고,

저와 더불어 면접 보러온 친구 중 가장 잘생긴 친구(A라고 하겠습니다.)가 붙었습니다.


나중에 회식자리에서 사장님께 왜 그 친구가 아닌 저랑 A가 붙었냐고 물었습니다.

사장왈

" 우리는 Agent다. 여러분이 할 일은 기술영업이고, 일종의 영업이다.

영업하는 사람에게 Customer와 주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짧은 시간안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니가 더 잘했다. 그리고, A는 잘생겨서 붙였다.
학부생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 나는 석사출신이지만, 취직하고 새로 다 배웠다.

현업과 학교 지식은 별개다. 새로 배워야 한다.

빨리 배우고, 능숙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을 뽑는게 정석이다."

라고 하면서 웃으시더군요.


그러나 제가 오래 있을 곳은 아니더군요. 수완이 능숙한 사장은

처음 계약한 연봉 3천을 수습 6개월 수습기간 상여불가 등의 원칙을 들어

2천으로 줄여내더군요. 미련없이 1달 일하고 그만두었습니다.

통장에 찍힌 106만원을 가지고,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가장 간략하게 설명하며,

가장 깊이 아는 사람은 가장 쉽게 설명한다.

 

첫 번째 면접을 비교적 쉽게 통과한 저는 약간의 자만에 빠져 있었나 봅니다.

그리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깔끔하고, 단정해 신뢰를 주는 인상에

임기응변이 훌륭한 편이라, 어떤 면접이라도 통과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토익 점수(630)도 나왔고, 4학년 2학기 평점이 합산되어 평균 평점 3.2/4.5

비록 스펙은 딸릴지 모르나, 대기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저에게 면접기회를 제공한 회사는 대기업 계열의 전선회사였습니다.


첫 면접 때의 긴장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면접관을 대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은 제가 정말 잘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만만하고 아는 부분을 될 수 있는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답변하니 5분이 넘어갔습니다.

저희 팀 면접 시간 20분 중 15분 이상을 제가 할당받았으며,

마지막에 면접관이 혹시 영업 해볼 생각있냐고 묻길래,

그냥 엔지니어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오고간 그 질문과 답변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으며,

대세는 정해졌다. 이제 합격 통보만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친구들과 기분좋게 술을 마시던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기분좋게 나눴던 술이 알고보니 김칫국이더군요.

최종합격자 발표는 이미 나왔고, 저는 통보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큰 한 숨과 함께, 또 다시, 서류를 이 곳 저 곳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작은 회사에서는 몇 번 붙기도 했지만, 열악한 조건 때문에 포기하고,

면접 경험과 면접비를 얻는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나중에 몇 번의 성공(열악한 조건때문에 입사하지 않음)과 실패를 거듭한 뒤

그 때 면접관을 찾아갔습니다. 5시부터 2시간 정도 회사 밖에서 기다리니,

면접관 중 한 분을 만났고, 따지는 형식이 아니라 최대한 예의를 갖춰 가르침을

받는다는 자세로 제가 왜 떨어졌는가를 물었습니다.

왜  들어와서 찾지 않았냐고, 추운데  밖에서 기다렸냐고 물어서,

그러면, 면접관님 업무에 방해될까바, 일부러 밖에서 기다렸다고 했더니,

가까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주시더군요.


저한테 면접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은 다른 조건은 거의 충족되었으나,

단, 핵심을 추려서 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시간을 많이 주었다고 하시더군요.

혹시라도 핵심을 간략하고 쉽게 설명하지 않을까해서요.

그러나 면접관님의 기대에 저는 부응하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운 마음에 영업직 쪽으로라면, 기질이 있어보여

한 자리 내어줄까 했는데, 그것도 제가 싫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다음 번 공채에 다시 오면 뽑아주겠다는 약속도 하셨지만, 1년을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평화에 길들여져 마음을 놓는 순간 전쟁은 시작된다.

면접이 끝나고, 회사를 나오는 순간까지 면접은 계속된다.

군대 정신교육 시간에 받았던 이 문구가 절실히 느껴지더군요.


이번에는 가구 회사에서 면접 기회를 주었습니다.

가전도 아니고 가구회사에서 전자과 전공 2명을 뽑길래 그냥 한 번 넣어봤던 서류가 통과했더군요.

유비쿼터스 때문에 시스템 가구를 만들 계획으로 전자전공 연구원이 필요했답니다.

면접은 1,2,3차로 진행되었고, 저는 1,2차를 무난하게 통과하고 최종 면접인 3차까지 올라갔습니다.


2차 면접은 그룹 회장님을 포함한 사장단이 면접관이었습니다.

3차 면접이 실무진 면접이었습니다. 처음엔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자리이니, 회장보다 실무진이 3차로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군요.

3차 면접을 가보니, 전자과 출신은 저와 또 다른 한명 단 두명이었습니다.

2명 뽑는데, 2명 와 있으니 100% 붙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무진들도 거의 새식구 들어온 것 처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전자과 인원 2 + 관련부서 비전자과 4명 이 한팀으로 최종 면접을 보았는데,

이 점이 문제였습니다. 실무진 면접은 2시간 가량 이루어 졌는데,

비전자과 4명 중 출중한 미모의 소유자인 한 여자분에게 1시간 이상이 할애 되더군요.

저는 이미 붙었다고 판단했고, 그 여자에게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나머지 5명이 소외당하는

것이 면접 시간내내 불만이었고, 다른 구직자 분들도 다 그런 눈치였습니다.

면접 중간에 화장실 갔다 오겠다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고 커피 한잔 마시고 들어왔습니다.


들어와보니 10분쯤 지났는데도, 아직 그 여자분과 대화중이더군요.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던 중 실무진 중 부장님이 담배 냄새가 난다고

그러시더니, 저에게 담배피고 왔느냐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더니, 기본이 안되어 있는 친구라고,

몰아 붙이셨습니다. 저도 짜증이 나 있던 터라, 지지않고 말대답 해 주었습니다.


면접 시간 2시간도 이해가 안되고, 그 중 1시간 넘게 1명에게만 투자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냐?

만약 그 여자의 미모가 출중하지 않았던 들 그리 많은 시간을 주었겠냐?

후회는 많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비전자과 구직자 중 다른 3분의 여자분들의 생각을 제가 대신 말해 준 것이기도 했고,

면접이 끝나고 그 미모의 여자분을 포함한 4명의 여자분들이 모두 칭찬해 주시더군요.

위로와 함께...


솔직한 심정으로 시원 섭섭했습니다.

확실한 기회였는데, 그 때 나서지만 안았더라도....

그러나, 면접 내내 그 부장님이 맘에 안들어서 그래도 같이 일할 부서장인데, 마음이 안맞으면,

일도 잘 안될거라는 생각에 그랬거든요.

그래도, 합격통보 오면, 다녀야 할까? 하고,,, 암튼 생각이 복잡했지만,

떨어졌다는 통보가 즉시 오는 바람에 복잡한 생각은 접을 수 있었습니다.


정답은 없다.

면접관이 요구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이며,

회사에 필요하고 그렇지 않고는 면접관의 판단이다.


L전자 수시모집 면접, L전자의 수시 모집은 현업 담당자들이 같이 일할 사람을 직접 뽑더군요.

3명을 뽑는 자리에 7명이 면접에 참여했습니다. 그 중 한명은 제 친구더군요.

영어 면접, 프리젠테이션 면접, 등 능력에 대한 면접이 끝난 뒤,

인성 면접 시간이 왔습니다.

각종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였습니다.


저한테 온 질문은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 화해를 곧 하지 않으면,

헤어질지도 모른다. 여자 친구는 전화기도 꺼놓고, 연락 두절 상태인데,

때마침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잔업을 해야한다.

어떻게 할 거냐?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겠느냐? 회사에 남아 잔업을 하겠느냐?


저는 숨 한 번 들이키지 않고, 단박에

"현재 저는 여자친구가 없으니, 당장 그런 상황은 없을 것이다.

또, 앞으로 생기더라도, 일단은 회사에 남아 급한 일을 처리하겠다.

그 정도도 참아주지 못하는 여자와는 미련없이 헤어지는 것이 옳다."

라고 나름 소신있게 대답하였습니다.


제 친구도 같은 질문을 받았고, 저와는 다른 대답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 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하고,

결혼할 생각입니다. 아마 여자친구를 먼저 만나고 난 뒤,

회사로 돌아오겠습니다."

라고, 좀 확신없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친구와 같은 부서에 일하고 싶기도 했고,

친구의 확신없는 대답때문에 혹시 안좋은 점수를 받을까 싶어 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너 여자친구 만나고 돌아올 때 쯤, 내가 이미 일처리 다 해 놨을 거야.

걱정하지말고 여자친구 달래주고 와"

이랬더니, 면접관님들 많이 웃으시더군요.

덕분에 친구 얼굴도 폈고요.

면접관님들은 이미 저랑 친구가 대학 동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첫 질문이 둘이 같은 학교 같은 과인데, 친구냐? 였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떨어졌고, 친구는 붙어서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가 미안했는 지,, 나중에 얘기해 주더군요..

신입사원 3명을 뽑는데, 2명이 친구면, 남은 한 명이 소외감 느낄지도 모르니,

둘 중 하나는 떨어져야 했다고 하더군요

프리젠테이션은 잘했는데, 스펙이랑 영어에서 니가 좀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지나치게 업무적일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고..

그 부서는 대부분 10년 넘게 한 솥밥 먹어온 식구들이었고,

그래서 인정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고,,

신입사원 3명 중 1명이 소외감 느낄까봐 저와 친구를 분리해낼 정도로..

사실 저는 인정보다는 원리원칙을 중요 시 여기는 편이고,

면접관 눈이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질문에서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고,

다만 그 사람의 성향이 환경에 부합하는가를 보는 것인데,

다만 현재 상황이 다급하니,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아래와 같은 교훈을 하나 더 얻었습니다.


면접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인 것이다.

나와 가장 어울리는 곳을 찾을 때..



L전자 면접도 떨어지고 나니, 이전에 가구회사 생각이 났습니다.

가만히 두 시간만 앉아 있다 가면 붙었을 것을,, 괜히 나섰다고 생각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 위에서 말씀드린, 전선회사의 면접관님을 만나

얘기를 듣고 깨닫는 바가 매우 컸습니다.

비록 돈에는 인색했지만, 제 첫 직장 사장님의 말씀도 가슴에 새기고 보니,

이제부터는 면접 불패 신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맥주회사 영업직, 제과회사 & LCD회사 엔지니어, 반도체 회사 구매부서,

등등 회사와 직무와는 거의 상관없이 면접만 가면 100% 붙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당당히 모른다고 했으며,

어설프게 아는 부분은 제가 아는 정도만 간략하게 설명하였고,

확실히 아는 부분은 어떻게든 간략하고, 쉬운말들로 표현해 냈습니다.


제 구직을 위한 공부는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남들 영어 공부하고, 전공공부할 때,


저는 각종 장문의 글과 사이버 신문을 읽으며, 핵심을 요약해 보았고,

영화를 보고 최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줄거리만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대화 시에 애매한 부분은 항상 되물어 확인하였으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친구얘기는 다 듣고 나서 요약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어 잘하고, 이론적 전공 지식 풍부한 인재들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서 설득력 있게 정리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회사 옮겨다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남들 하나 붙기도 힘든 시절에 이것 저것 붙다 보니,

배가 부른 것이 사실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게 가장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했습니다.




결론은 없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정확하게 판단해 낼 수 없었고,

그래서 어떤 일에 적합한 지 판단해 낼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얻어낸 사실은 지금 이 자리가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담은 전자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9개월 째 보내고 있고,

이 자리가 내게 가장 잘 맞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나 하나

덧 붙여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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