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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버려라?

디자인의 법칙
지상현지음/지호 펴냄


좋은 디자인 나쁜 디자인
로빈 윌리암스, 존 톨레트 지음/비비컴 펴냄


지난 13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업에서는 ‘CEO와 나, 그리고 디자인 사회’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강사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의 본사 인테리어와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인 바카라의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아리크 레비. ‘테크노의 시인’이라는 닉네임에 빛나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도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적게 들고 고객의 실용적인 목표를 충족시키며 최종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강연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다양한 분야 36명의 CEO와 임원이 참석, 기업의 디자인전략에 관한 관심을 알게 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한꺼번에 두 권이다. 물론 각 책은 한 권씩 소개하기에도 충분히 가치있지만, 디자인에 대한 당신의 마인드와 전략을 제고할 수 있도록 부담을 주기 위해 두 책을 동시에 언급해야만 했다.

여성잡지의 표지는 유명한 여자 연예인이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으로 장식된다. 한 번은 편집장의 직권을 발동하여 모델이 정면을 보지 않는 표지사진을 찍었다. 결국 서점일선에서의 반대가 심해 단 한 번으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그때부터 줄곧 간직한 궁금증이 왜, 표지인물은 정면을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였다.

이 책 <디자인의 법칙>은 바로 그 논리와 이유를 디자인심리라는 돋보기를 통해 알게 한다. 이 책에 소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여서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며, 따라서 모델이 정면을 보고 있는 경우 광고의 주목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내가 사려고 한 잡지의 표지인물이 나를 보고 있다면 그 잡지를 살 수 밖에 없다는 심리학적인 장치가 사진을 비롯한 표지 디자인에 곁들여 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심리학을 알면 마케팅이 보인다’ 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디자인의 법칙을 해부한다. 뇌리를 파고드는 광고의 비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디자인의 비밀, 마침내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하는 광고마케팅의 비밀은 결국 디자인에 있으며 그 법칙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제시해준다.

누군가 디자인 감각이 있다, 라고 할 때, 그 누군가는 그저 단순히 그리고 우연의 산물인 ‘감각’만으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는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존재하며, 우리도 그 이유와 논리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이유와 논리를 풀어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 저자는 그 사이 심리학의 다리를 놓아 혁신적인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심리학을 이야기한다. 제품디자인이든 광고디자인이든 포장디자인이든, 어떤 형태로 표현되든 간에 마케팅 컨셉트는 디자인 컨셉트로로 구체화되고 디자인 컨셉트는 심리학을 거쳐 색과 형태의 시각언어로 번역되므로, 마케팅을 논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 ‘디자인심리학’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의 법칙>이 ‘왜’에 집중했다면 <좋은 디자인 나쁜 디자인>은 ‘어떻게’를 말한다. 마케팅법칙에 따라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나쁜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준다. 내가 이 책을 외우듯 달달 읽은 이유는 디자인을 알아야 디자인에 대해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 디자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디자인을 알아야겠다는 내 욕심에 200% 부응한 책이다.

이책은 물론 디자이너용으로 기획되었지만 초보 사업가나 1인 기업가, 프리랜서들에도 매우 유용하다. 어떤 사업이든지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명함이고 편지지나 봉투 등의 서식류이며, 이것들은 나름대로 잘 디자인되어서 사업내용이나 격을 첫 눈에 잘 드러내주어야 한다. 명함제작사에게 명함 한 통 해주세요, 가 아니라 어떤 글꼴을 어떤 크기로 명함 어디에 앉혀지길 원하는지, 근거를 가지고 요구하자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 근거들이 일일이 제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이 알려주는 디자인의 기본 원칙, 타이포그래피에 대하여, 색상이론에 대하여, 인쇄에 대하여, 파일형식에 대하여, 글꼴에 대하여, 웹 디자인 기획에 대하여…같은 콘텐츠를 꼼꼼히 읽고 나면 당신의 그래픽 디자인 지식이 말도 못하게 향상될 것이다.(내 경우를 보니 장담해도 되겠다) 만들어온 명함을 보고 막연하게 호불호를 말할 게 아니라, 명함이 왜 ‘없어보이는지’ ‘아마추어처럼 보이는지’를 설명해가며 재제작을 요청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당신의 명함을 한 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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