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eny

인생4계

2007. 4. 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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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길러올린 글

인생4계
안정효지음/황금시간펴냄


‘당신의 말대로 나도 책을 쓰겠다. 그런데 뭘 쓸지 알려다오.’
이렇게 들이대는 분이 참 많으십니다. 하여, 뭘 쓸까, 에 대해 어떻게 쉽게 설명하나, 를 고민하다 작가 안정효선생님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안선생님은 번역가로 시작하여 소설가로, 글쓰기작가로, 낚시에 대한 책까지 쓰셨어요. 그 분의 경험과 재능과 잠재성이 어떻게 책으로 나왔나를 보기 위해 최근에 나온 책 <인생4계>를 읽었습니다.

남편이 낚시광이라 저도 자주 낚시를 따라다닌 덕분에 <인생4계>를 쉽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낚시에 인생을 빗대어 이야기 합니다. 인생이란 이렇다를 사실적으로 말하지 않고 낚시라는 미끼를 통해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인생론이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저자에게 있어 낚시는 여가를 즐기는 레포츠가 아니랍니다. 그에게 낚시는 글을 더 잘쓰기 위한 숙제랍니다. 평온한 상태에서 상상력이 더욱 자극되고 두뇌활동이 창조모드로 돌입한다는 것은 뇌과학에서도 입증되었지요?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고 평온한 상태로 고기 잡고(마음 먹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하는 일련의 활동은 명상에 다름아니며, 그러므로 저자에게 낚시란 글을 낚는 작업이라 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낚시란…다음과 같습니다.
낚시는 그 자체가 인생이다
낚시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낚시는 명상이라는 숙제를 위한 여행이다
낚시는 혼자 스스로 즐겁기 위해서 하는 일이고,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하는 숙제가 아니다.
낚시에서의 기다림이란 고통이 아니라 즐거운 기대감의 시간이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진정 내가 낚시를 좋아하는 까닭은, 떼를 지어 산이나 들판으로 나가 삼겹살을 구워먹는 모든 행락가족이나 마찬가지로 바람을 쐬러 나가니 우선 즐겁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생겨서 좋고,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을 벗어나 여기저기 여행을 해야 하는 핑계가 되어주기도 하고, 좋은 운동거리여서 건강에도 좋고, 거기에다가 덤으로 고기를 낚는 행위에 얽힌 크고 작은 갖가지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안정효선생님은 손수 스케치를 잘 하십니다. 선생님의 다른 책 <글쓰기 만보>에도 1컷 삽화가 간간이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낚시에 관한 굉장히 많은 콘텐츠가 쓰여졌는데도 책읽기가 훨씬 더 수월합니다.

본문 가운데 다음 구절은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낚시나 인생이나 욕심을 안 부려야 더욱 재미있다.
안 잡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마리만 잡아도 즐겁고, 잡는 마릿 수 만큼 즐거움이 늘어가는 '덧셈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몇 마리는 잡아야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채울 때까지 모자라는 숫자를 계산하는 '뺄셈'만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또 그는 말합니다. 다른 취미와 달리 낚시는 아무리 작은 고기를 만나더라도 찌의 움직임과 챔질과 손맛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데, 이처럼 우리 삶의 원동력은 한 두번 뿐인 커다란 월척행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힘을 북동워주는 잔챙이기쁨이라구요.

한달음에 책을 읽고나니, 명색이 글 쓰는 저도 더 자주 남편을 따라 낚시를 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저는 낚시터에 자리잡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데, 그래도 글이 낚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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