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eny

아부의 생존전략

2007. 12. 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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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이란 자신이 듣고 싶은 찬사에 대하여 굳이 사실 여부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려 한다. 다시 말해 듣고 싶지 않은,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진실을 듣기보다는
듣고 싶은 기만을 받아들이려 한다.

#2. 거짓으로 한 아부에 대한 벌은 없다. 아부라는 것은 실제로 전혀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이익은 무한하게 누릴 수 있다. 왕에게 아부한 사람은 왕의 옆자리에 앉을 수
있고, 우두머리에게 아부한 사람은 2인자가 되거나, 언젠가 우두머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3.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자연선택은 모방유전인자를
선호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아부 유전자도 선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화려한 나비와 달리 아부꾼에게는 천적이 없다. 벤 존슨은 "모든 야생동물이
폭군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고, 길들여진 짐승은 아부꾼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라고
말했다.

#4. 아부는 매우 기분좋은 생화학 반응을 뇌에서 일으키게 하는데, 침팬지나 인간이나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다. 최근 UCLA 대학의 마이클 맥과이어 교수는 벨벳 원숭이를
연구한 결과, 복종하는 수컷의 혈관에 흐르는 세로토닌에 비해 지배하는 수컷의 혈관에
두 배나 많은 세로토닌이 흐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두머리에서 밀려난 녀석의 세로토닌은 떨어지고, 반대로 새롭게 우두머리가 된
녀석의 세로토닌은 올라갔다. 세로토닌 수치는 수컷들의 행동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5. 권력을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은 권력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만큼 기분좋은
느낌을 유지한다고 지적한다.
템플 대학의 데이비드 키프니스 교수는 "모든 연구가 정신건강과 자기만족이 지위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것을 관리하면 할수록 그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적을수록 기분이
씁쓰름한 법이다. 권력을 소유하면 세속화되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이
없으면 오직 세속화만 될 뿐이다.

#6. 어떻게 생각하든, 아부 또는 아부와 유사한 행위는 생물학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부가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쉽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진화가 아부쪽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부가 생존에 강력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행복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지, 그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7. 하지만 아부는 생존에, 그리고 좀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확실한 도움이 되는
듯싶고, 아부를 조금이라도 맛보면 자신이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 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헨리 키신저가 다정하게 말하듯, 아부만큼 효과가 뛰어난 최음제는 없다.

#8. 그러나 자연선택은 도덕을 모른다. 각각의 피조물을 구별시켜주는 특징은
그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 피조물이 보다 쉽게 생존하도록 기능하기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다. 아부도 그것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부가 도덕적인가 또는 비도덕적인가를 떠나, 단지 피조물에게 유익할
뿐이다.

#9. 따라서 욕망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의도에서 아부할 경우, 굳이 미안한 마음이나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풍자적인 기사로 유명한 기자 H. L. 멩컨이 말하듯,
양심이란 "다른 사람이 지켜볼 수도 있다고 경고해주는 자신 내면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 말을 꼭 명심하라. 만약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너무너무 멋있다고 칭찬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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