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울산 가는 비행기 안에서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룩하자마자 시작해서 바퀴가 땅에 구르는 순간까지 눈을 떼지 않고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서 '네오테니(Neoteny)'라는 개념을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자아가 진화 과정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미하이 칙센트미하이
1. 네오테니는 '유형성숙을 뜻하는 생물학 용어로, 어린아이의 성질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간직하는 것'을 말한다. 네오테니는 애슐리 몬터규(Ashley Montagu)와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를 비롯해 많은 저명한 인류학자들이 지난
200년에 걸쳐 연구하여 검증한 이론이다.
네오테니는 진화가 인간에게 주는 희망이지만, 우리의 문화는 스스로 그 희망을
내버렸다. 그 결과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늙는 생활방식이 굳어졌다.
네오테니는 어차피 노화를 겪을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노화의 피해를 막고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해줄 비결과 행동양식을 알려준다. 나는 이것을
'젊음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2.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하는 것은 노화를 멈추게 하는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성장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명한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는 1981년 <젊게 나이 들기(Growing Young)>라는 책을
출간했다. 내가 몬터뷰의 책에서 접한 이래 십여 년 동안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킨
이론은 노화에 대한 태도는 물론이고 실제 삶의 목표를 바꿔놓았다.
그 과학적 이론이 바로 네오테니다. 네오테니는 수천 년을 이어온 생명 발달의
증거를 바탕으로 신체와 감정의 진화 경로를 설명한다.
3. 네오테니의 개념을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은 본래 신체, 정신, 감정, 행동의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하고
발달한다는 것이다. 몬터규의 말을 들어보자.
"?첸? 자연의 의도대로 성장했다면 우리 대부분은 지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4. 네오테니는 우리가 개인으로서, 또한 한 생물 종으로서 유희성, 독창성, 기쁨,
사랑, 낙천성, 웃음, 눈물, 노래와 춤, 경이감, 호기심 같은 특성을 더 키워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이런 특성을 평생 습관으로 삼아 나이 듦을 긍정하게 해 준다.
한 마디로 네오테니는 젊게 나이 드는 일과 관련 있다.
5. 네오테니의 교훈은 오히려 우리가 아이의 발달 수준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랑, 우정, 탐구심, 호기심, 유희성, 독창성, 유머감각, 동정심 등등.
우리는 사회화의 이름으로 그런 특징들을 억누르지 말고 평생에 걸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자기에 맞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6. 내 말은 노화에 따르는 상실과 교훈을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마음 속의 가구를 약간만 다르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골치 아픈 문제는 뒤로 밀어놓고 대신에 가능성을 앞쪽에 배치하는 식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에게는 성장하고 발달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시간과 공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과 가장 소중한
태생적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람만이 가진, 발달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징 말이다.
젊음은 신의 선물이지만 젊게 나이 드는 일은 각자 노력의 열매다.
7. 네오테니가 주는 희망과 인간의 진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런 지속적 퇴보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 3의 진화>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반응은
다른 종들과 달리 유전자에 프로그램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 반응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반응을 만들어내고
선택하며 대응하는 이런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인간은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젊음과 활력을 선택하고 탐구에 대한 의지를 간직하며 용기와 상상력으로
관행에 맞설 수 있다. 요컨대 우리는 스스로 노력해서 젊어질 수 있다.
-출처: 론다 비먼,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You're Only Young Twice), pp.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