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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에 딱 한 권 책을 넣어야 한다면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잭 캔필드, 게이 헨드릭스 지음/리더스 북 펴냄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휴가가는 CEO를 위해 책을 몇 권 권한다. 그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왜 읽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삼성’자가 붙은 권위있는 기관에서 추천했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읽을 것이기 때문에 나도 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도하 언론에서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휴가용 책을 권한다. 동전만한 인물사진과 함께 책 제목과 극단적으로 발췌된 내용이 소개된다.

다른 경험들처럼 책을 읽는 경험도 누군가의 삶의 맥락과 연결될때 비로소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권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이 그의 인생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권위를 내세운 필독서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도 그런 류의 책이기는 하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 48명이 자신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언론의 단골 메뉴인 유명인들의 이름을 빌어 전하는 명작 다이제스트가 아니다. 권하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독서론도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의 삶의 맥락에서 한 권의 책이 어떻게 결정적으로 촉매작용을 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소설처럼 담겨 있어 그들의 삶에 초대받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 잭 캔필드의 집에 어느날 25명의 변화지도자, 비즈니스 컨설턴츠,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모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다. 번쩍, 하는 순간은 우연히 떠오르는 법. 점심을 먹고 응접실에서 노닥거리던 이들에게 그 순간이 찾아왔다. 해마다 수 천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 가운데 정말 읽을 만한 것을 골라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하도 책이 많고 하도 바쁘다 보니 누군가 추천하는 책이 아니면 읽기 힘들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에 의해 인생이 바뀐 경험을 가지고 있다…여기에 모인 우리들도 마찬가지다…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모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곳에 있던 게이 핸드릭스는 그 날부터 사람을 만날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책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각각 흥미진진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의 표정에선 빛이 났다. 저자들이 더욱 놀란 것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책들 가운데 알고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놀라움은 마침내 보물창고를 발견한듯한 충격으로까지 커졌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일일이 뒤져보고 그 가운데 몇 권은 주문했다.)

최근 미국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 <비밀>을 쓴 론다 번은 윌러스 와틀스의 <부자학>이라는 책을 읽고 영상물 <비밀>을 제작하게 됐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빅터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그의 전매특허인 ‘개인적 책임과 선택의 개념’을 창출했다. 이 책을 쓴 공저자의 한 사람인 잭 캔필드는 <이 세상 후의 세상>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어 신념을 지켜 나가고 자기 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고 썼다. 남녀 문제에 관한한 우주적인 전문가인 존 그레이는 마하리시의 <초월의 길 완성의 길>을 읽고 그의 문하생겸 비서가 되어 그와 함께 9년을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미국의 소문난 동기부여 전문가 찰스존스는 이렇게 말했다.
“두가지에서 영향받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5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 같을 것이다. 그 두가지란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책이다.”

맞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그 두가지를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행운이다.
나 또한 책의 영향권에서 안전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많은 책들로부터 감화를 받고 행동하며 여기에 이르렀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서 딱 한 권을 골라 이 책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고 말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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