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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지음/랜덤하우스펴냄


영화 ‘페인티드 베일’을 보면서, 꼭 원작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읽지 않았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처럼 원작을 읽은 것은 영화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영화를 본 다음날 읽었다. “어떻게 했길래 정부도 학교도 주정부도 이웃도 부모도 친구도 멀리했던 위험천만한 고등학생 150명을 전원 졸업시키는 기적을 이뤄냈을까? 그것도 단지 쓰기 만으로?” 하는 호기심이 직업병을 자극했다.

이 책은 저자 에린 그루웰이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삶의 의미나 희망 따위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나온,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윌슨 고등학교에 부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지인들은 예쁜 옷 대신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처럼 신출내기인 그녀는 이상적인 교육을 꿈꾸었다. 그러나 첫 수업부터 지도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한 학생들과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아이들이 돌리던 인종차별적인 낙서를 가로채게 된 그녀는 이런 생각들이 홀로코스트를 낳았다고 화를 내지만 아이들은 그 의미를 모르고 빈둥거릴 뿐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에린과 그녀의 학생들은 <안네 프랑크: 어느 소녀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 어느 사라예보 아이의 삶>이라는 두 권의 책을 지침서 삼아 아이들의 갖은 편견과 오해에 맞서는 힘든 여정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일기에 적었다. 그리고 시민운동단체였던 ‘자유의 여행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자신들을 자유의 작가라 불렀다. 쓰는 동안, 그들의 상처가 치료되고 쓰는 동안, 그들은 행복을 알게 됐다. 쓰는 동안, 아이들은 문제아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들은 자신을 믿게 되었다. 자신이 꾸는 꿈을 사랑하게 되었다. 대부분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글쓰기와 책쓰기를 코칭하고 트레이닝하는 나는 책 속 주인공들이 ‘쓰는 동안 ‘ 느꼈을 감정의 기복과 그 과정이 낳은 기적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쓰는 동안은 어떤 것에도 자유로울 수 있고 어떤 것도 이룰 수있다. 그렇기에 ‘쓰면 이뤄진다’는 서양의 경구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당신도 당신만의 노트를 꼭 준비했으면 한다. 온라인 메모패드든 블로그든 이메일이든 워드파일이든 상관없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진짜 노트라면 더더욱 좋겠다. 그리고 쓰자. 무엇이든 쓰자. 단, 쓰는 동안 당신에게 닥쳐올 삶의 기적에 대해 너무 놀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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